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화폐의 실전 테스트’에 나서다

2025. 5. 28. 08:4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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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왜 결제수단으로 쓰이지 못했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대표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큽니다.

하루 만에 10% 넘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예컨대 2021년 비트코인은 8,000만 원을 넘겼다가 몇 달 뒤 절반 이하로 급락했습니다.

이런 변동성은 거래·결제 수단으로는 치명적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려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법정화폐에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결제·송금·저축 등 실생활 화폐로 쓰이기 위한 기술적 실험이 시작된 셈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어떻게 안정성을 확보할까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운영됩니다.

  • 1:1 담보형: 법정화폐(달러, 유로 등)나 금, 국채 같은 실물자산을 담보로 잡고 발행합니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여기에 속하며,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예컨대 USDC는 1코인당 1달러 가치 유지를 위해 발행사 계좌에 동일한 금액의 자산을 예치합니다.
  • 알고리즘형: 별도의 담보 없이 발행량을 자동 조절해 가격을 유지합니다. 2022년 붕괴한 테라-루나(UST)가 대표적이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사례입니다.

담보형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담보의 투명성과 유동성 확보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제도권은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서강대 이윤수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을 "디지털 경제에서 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라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법적 지위와 규제 체계가 갖춰져야만 일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Clarity for Payment Stablecoins Act)을 추진 중이며, 유럽연합은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에서 이를 정식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한국 또한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민간 스테이블 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간 경계 설정을 고민 중입니다.

규제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금융 시스템 안정성 확보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은 어디까지 왔나

스테이블 코인은 현재도 일부 온라인 플랫폼, 커머스, 항공권 구매 등에 시범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항공사나 커피 체인점에서는 테더(USDT)를 활용한 결제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게임 플랫폼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아이템 구매가 가능한 환경도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파일럿 테스트 수준이며, 실질적으로 대중화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결제 시스템의 신뢰 부족, 법적 지위 불확실성, 가격 안정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vs CBDC, 경쟁인가 보완인가

스테이블 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디지털 화폐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구분스테이블 코인CBDC
발행 주체 민간 기업, 프로젝트 재단 각국 중앙은행
가치 유지 방식 담보 또는 알고리즘 국가 신용 기반으로 법정통화 연동
활용 목적 디지털 결제, 송금, 플랫폼 내부 통화 국민 대상 공공결제, 정책 도구
규제 수준 현재 대부분 미비 국가 금융제도 안에서 강력한 규제
 

즉, CBDC는 공공적 목적의 디지털 화폐, 스테이블 코인은 시장 중심 민간 화폐로서 보완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제도화의 핵심 과제는 ‘신뢰’

스테이블 코인이 실생활에 안착하려면 다음 세 가지 과제가 필수적입니다.

  1. 담보 자산 투명성 확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담보 자산의 보유 내역과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2. 법적 제도 마련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 보호, 회계 처리, 위기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입니다.
  3. 금융 기관과의 연계
    전통 금융 기관과 협력하여 결제, 송금, 이체 등의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실생활 사용은 요원합니다.

나의 생각: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화폐 실현 가능성을 구체화한 첫 번째 실전 실험입니다.

민간이 만들었지만 실제 화폐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제도와 신뢰가 없다면, 그 실험은 공허한 시도로 끝날 수 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가 이를 보여줬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기존 질서와의 안전한 접점 설계입니다.

규제기관과 민간이 균형 있게 협력한다면,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진짜 ‘디지털 시대의 화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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