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9. 14:26ㆍ경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핵심적인 재무지표다.
이 수치가 1 이하라는 것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뜻한다.
롯데, SK, 신세계 같은 굴지의 그룹 계열사들조차 이 범주에 포함되고 있어,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대내외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도 버티기 힘든 고금리 시대
이번 자료는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02개사의 2021~2024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그 결과,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 수는 2021년 34개에서 2024년 73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라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 롯데케미칼
- SK네트웍스
- 신세계
등의 기업이 매년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히 실적 부진을 넘어, 해당 기업의 구조적 수익모델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이들 대기업은 대부분 수조 원의 자산과 고정비 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일단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조달한 자금은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누적된다.
수익은 줄고, 이자비용은 폭등하고 있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악화되는 데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있다.
하나는 영업이익 감소, 다른 하나는 이자비용 급등이다.
- 영업이익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 내수 부진, 환율 변동성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반면, 이자비용은 최근 수년간의 금리 상승 여파로 기업마다 수십~수백억 원씩 증가했다.
실제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한다.
- 2021년 대비 2024년, 조사대상 302개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약 20% 이상 줄어든 반면,
- 같은 기간 총 이자비용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익성 둔화와 고정비 부담이 동시에 기업의 내실을 좀먹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업종별로 보면,
- 석유화학
- 유통
- 철강
- 조선
등의 전통 제조업종에서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산업으로, 수요 감소와 단가 하락이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현재 상황은 기업들의 일시적 실적 부진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기업과 정책 당국 모두 중장기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
먼저 기업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시급하다.
- 비효율 자산 정리 및 고정비 절감
- 비핵심 사업부 매각, 자회사 정리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 조달 비용 구조 재조정
- 금리가 낮을 때 조달한 장기채로 전환하거나, 금리 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통한 이자율 헤지가 필요하다.
- 수익 다변화
-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매출 비중 확대, 기술 기반 신규 수익 창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다음과 같은 정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 채권시장 및 기업어음(CP) 시장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 확보
- 특정 업종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 및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 가동
- 산업은행 및 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역할 확대
단,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 연명책이 되어선 안 된다.
기업의 자생력 회복을 유도하는 구조 개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나의 생각
이번 사태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대기업의 절반 가까이 된다면, 이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는 것이다.
나는 이자보상배율 1이라는 기준을 단순히 회계상의 경계값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력과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나타나는 지표들은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이미 생존 한계선 위에 놓여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많은 기업이 외형 확장을 위해 부채를 감내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고금리 시대다. 조달한 돈이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부채는 무기나 다름없다.
나는 이 사태가 한국 경제 전체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신용등급 하락 → 회사채 시장 위축 → 금융시장 불안 → 투자 위축이라는 연쇄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 기업은 비용 통제와 구조조정에 과감해지고,
-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하되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시장 구조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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